고등학생 때의 일...
항상 어울리던 몇몇의 친구들이랑 시험이 끝나면 언제나 영화를 보러 가곤 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의 마지막날, 집에 가방을 던져두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가지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코엑스몰로 달려갔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코엑스몰의 맥도날드 - 봉은사 방면으로 있는 - 에서 각자 햄버거 세트 하나씩을 먹은 다음, 메가박스에서 재밌을 법한 영화표를 끊어두고서, 반디앤루니스 안을 휘익 둘러보거나 책을 보거나.
그리고 우린 대치동 구석에 있던 만화 도매점에서 시험기간 동안 구입하지 못했던 책을 구입하곤 적당히 오락실이나 PC방 가서 게임을 즐긴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적당히 저녁.
다시 우리는 코엑스몰에 가서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제법 비싼 음식으로 저녁을 헤치우고 영화를 본다.
영화의 장르는 그때그때 마다 달랐다.
전쟁물도 있었고, 코메디도 있었으며, 때로는 SF물이나 느와르물도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느새 바깥은 어둠컴컴해져 있다.
빠를때는 10시 쯔음, 가끔 늦었을 경우에는 1시가 넘어가기도.
그토록 시끄럽던 코엑스몰의 모든 가게가 닫아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고, 낮에는 그렇게 복잡하던 한밤의 삼성동은 지나다니는 차도 몇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착각으로도 상쾌하다고 할 수 없는 서울 한복판의 차가운 밤공기, 그리고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서울의 밤하늘.
시간은 그렇게 늦었지만, 그토록 우리를 괴롭혀 오던 시험이 끝났기에 집에서도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그런 해방감이 소중했다.
그리고 그때 옆에 있던 친구들도 너무나 소중했다.
꼭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영화는 밤에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쥐 죽은 듯 조용한 한밤.
지금까지 본 영화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곰곰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오늘도 나는 따뜻한 보리차와 함께 방금 본 영화의 테마곡을 들으며 그 영화의 감상을 조용히 정리한다.
아, 참고로 방금 본 영화는「시모츠마 이야기下妻物語」.
어딘지 삐뚤빼뚤해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올곧은 두 소녀의 우정이야기이다.[웃음]
(BGM : Tommy Heavenly6 "Hey My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