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의 일이다.
우리 회지에 대한 평가들이 있을까 싶어 모 검색엔진에서 우리 회지 제목을 검색하던 도중, 우연히 그토록 찾아헤메던 TYPE-MOON 사의「월상月箱」중고 판매글을 발견했다.
더군다나 그 판매글은 올라온지 몇달, 몇년이 넘은 오래된 포스팅이 아닌 이틀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
'가격은 상담 후에 결정'이라는 말이 적혀있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그 판매자분께 연락을 했다.
마침 통장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15만원 정도까지는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 옥션 등에서 구하려면 1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작품이라 말만 잘 하면 좀 더 싸게 얻을 수 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몇 번의 메일이 오간 끝에 배송비를 포함하여 13만5천원으로 거래를 종료하였다.
다만 입금은 그 다음다음주 월요일날, 여유돈이 생기는 월급날까지 양해를 구했다. 그쪽에서도 급전이 필요한 상태라 조금 꺼리긴 했지만 그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밤.
그 판매자분이 연락을 해왔다.
아직 입금을 안 해주셨는데, 나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신 분이 있어 그쪽에 판매할까 싶다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직 약속의 기간까지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아닌 밤 중에 홍두깨란 말인가.
급하게 연락을 취하고 보니 이 판매자분이 날짜를 착각한 것으로, 다음다음주 월요일을 다음주 월요일로 잘 못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이 오해를 푸는 김에 다른 분은 얼마를 제시하셨냐고 슬쩍 여쭤보니 17만원을 불렀다고 한다. 아, 그건 무리다. 나는 그렇게까지 돈에 여유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판매자분께 우길 수는 없는 법이다. 판매자라면 누구든지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지, 이미 지나가버린 낮은 가격에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나조차 그럴 것이니깐.
하지만 그분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음...약간 미련이 남긴 하지만, 그냥 님께 판매하겠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상인의 아들이라 지켜야할 정도(正道)는 압니다."
그렇게 그분과 나는 일주일 뒤 무사히 거래를 마치게 됐고, 현재 내 방 한 쪽에는「월상」이 조심스레 자리잡고 있다.
이야기를 바꿔서 어제의 일이다.
저번 코믹에 가지 못해 구입하지 못 한 회지가 있어 조금 분해하고 있는데, 마침 그 회지를 중고 판매한다는 글을 보았다. 얼핏 듣기로 그 회지는 매진이 나서 구할 방법은 중고밖에 없던 참에 좋은 기회다 싶어 얼른 연락을 취했다.
이번에도 가격은 상담 후 결정. 이번에는 비록 여유돈이 없었지만, 비싸봤자 얼마나 비싸겠냐는 생각에 한 번 모험을 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가는 15000원. 물론 처음에는 훨씬 적은 가격을 불렀지만, 여러 대화를 거쳐 처음 생각했던 15000원으로 결정을 봤다. 계좌번호는 저녁에 알려준다면서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고 해서 안심하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저녁에 다시 연락이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가격은 아닌 것 같다고. 죄송하지만 못 팔 것 같다고.
아무래도 나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신 분이 생겼나보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기회가 아닌가 보다 싶어 알겠다며, 죄송하다며 연락을 했다.
그분은 죄송하다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했고, 나는 다시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또 언제 구할 수 있을지 모를 중고 동인지를 하나 놓쳐버렸다.
두 가지 이야기를 꺼내서 뭔가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이야기한다.
두번째 이야기의 판매자 분이 너무한 게 아니냐는 둥의 비난. 하지만 그게 아니다. 오히려 그분이 당연한 거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판매자의 입장에선 비싸게 팔 수록 좋은 거다. 더군다나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나는 그래서 마음이 좀 쓰리지만,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첫번째 판매자 분.
거래에 있어서 지켜야할 정도, 상도(商道).
사실 어느 부분이 상도냐고 물어보면 사실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첫번째 판매자 분도, 두번째 판매자 분도 사실 당연한 걸 당연한 게 했을 뿐이니깐 누가 더 낫고 누가 더 나쁘다 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짧은 거래에 있어서 그 고마움이 오래 갈 수 있는 거래라는 건 정말 살아가면서도 드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첫번째 분이 참 고맙다.
아마 그때가 단 한 번 뿐으로, 앞으로는 다시 만날 일이 없을 분 같지만 그래도 그런 분이 있다는 사실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고작 24년 밖에 살아오지 않은 내가 말하기엔 낯 간지러운 이야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