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신이 내게 물었다.
만약 네가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고 하자.
그리고 그 홀로 남은 세계에는 소설책 한 권이 있다고 치자.
아니 한 권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은 오로지 딱 한 권으로,
나머지 책에는 온통 네가 알아볼 수 없는 글자로 써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네게 기회를 주겠다.
만약 네가 그 홀로 남은 세계에서 영원히 소설책 한 권만을 읽어야 한다면,
너는 어떤 책을 선택하겠느냐?
내가 되물었다.
한 작가의 책 전부가 아니라 오로지 단 한 권 뿐입니까.
신이 대답했다.
그러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니시오 이신西尾維新의「목매다는 로맨티스트クビシメロマンチスト」를 선택할 것이외다.
신이 되물었다.
그 이유는 어째서 이냐.
나는 대답했다.
그 안에는 사랑이 있으니 연애소설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우정이 있으니 청춘소설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암호가 있으니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고,
또한 헛소리꾼이 있으니 철학소설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인간실격이 있으니 액션소설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자타가 최강이라 칭하는 자가 있으니 환상소설이라 할 수 있으니,
어차피 소설책을 한 권 밖에 읽지 못 한다면,
그 장르가 다방면에 뻗쳐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 좋지 않겠소.
신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그 세계에서 그 소설책조차 읽지 못 하게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목을 매달고 죽을 것이오.
그러자 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신이 내게 물었다.
만약 네가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고 하자.
그리고 그 홀로 남은 세계에는 만화책이 한 권 있다고 치자.
아니 한 권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볼 수 있는 만화책은 오로지 딱 한 권으로,
나머지 책에는 온통 네가 알아볼 수 없는 낙서가 채워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네게 기회를 주겠다.
만약 네가 그 홀로 남은 세계에서 영원히 만화책 한 권만을 봐야 한다면,
너는 어떤 책을 선택하겠느냐?
내가 되물었다.
한 작품 전부가 아니라 오로지 단 한 권 뿐입니까.
신이 대답했다.
그러하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김은정의「굿time」4권을 선택할 것이외다.
신이 되물었다.
그 이유는 어째서 이냐.
나는 대답했다.
내가 그 후속권을 기다려온지 어언 10년이 다 되가오.
하지만 그 후속권이 도통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
이 세계에 나 혼자만이 살아남든 살아남지 못 하든,
어차피 읽지 못 할 것인지라,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영원히 미완으로 간직하는게 좋지 않겠소.
신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그 세계에서 그 만화책조차 보지 못 하게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혀를 깨물고 죽을 것이오.
그러자 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신이 내게 물었다.
만약 네가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고 하자.
그리고 그 홀로 남은 세계에는 노래가 한 곡 있다고 치자.
아니 한 곡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눈물 흘릴 수 있는 노래는 오로지 딱 한 곡으로,
나머지 노래는 온통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일 뿐이다.
그렇다면 네게 기회를 주겠다.
만약 네가 그 홀로 남은 세계에서 영원히 노래 한 곡만을 들어야 한다면,
너는 어떤 노래을 선택하겠느냐?
내가 되물었다.
한 가수의 노래가 아니라 오로지 단 한 곡 뿐입니까.
신이 대답했다.
그러하다.
나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오니즈카 치히로鬼束ちひろ의 "월광月光"을 선택할 것이외다.
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 노래는 아니하다.
내가 물었다.
그 이유는 어째서 입니까.
신이 대답했다.
네가 정녕 나의 자식이라면,
너에게 나는 그런 시련을 내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는 유즈키癒月의 "(Vocal) you"를 선택할 것이외다.
신이 되물었다.
그 이유는 어째서 이냐.
나는 대답했다.
그 세계에는 나 혼자만이 남아있소.
그리고 그 세계에서 내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소설책 한 권과, 만화책 한 권과, 노래 한 곡 뿐이오.
하지만 난 믿을 것이오.
이 하늘 이어진 곳 어딘가에 있을 소중한 사람들을.
내가 그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만큼,
그 사람들도 나를 그리워 할 것을.
신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그 세계에서 그 노래조차 듣지 못 하게 된다면 어찌할 것이냐.
나는 다시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배를 갈라 내장을 강물에 흘려보내고 죽을 것이오.
그러자 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신이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여,
그대는 그런 세계에 갈 준비가 끝났는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세계에서,
소설책 한 권, 만화책 한 권, 노래 한 곡만이 남아있는 세계에서,
반드시 살아갈 수 있다는 각오로 지금의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대여,
그대는 그 소설책과, 만화책과, 노래를 잃기도 전에,
목을 매달고, 혀를 깨물고, 배를 갈라 내장을 강물에 흘려보낼 것이다.
그대는 정녕 그런 각오를 다지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