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하고 3주 남짓...
생활습관은 군대에 있을때랑 전혀 변하지 않아서, 새벽 1~2시쯤 잠들어 오전 10~11시쯤 일어나는 나태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오후 3~4시쯤 낮잠도 1시간 정도 자주고 말이지.
그런데 웹툰작가에 도전하고 계시는
kimdor선배님의 Kimdorisk - 3회 를 보고 있자니 슬슬 복학에 대한 두려움이 적잖이 밀려와서 무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컴퓨터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군대 가기 전의 엉망진창으로 꽂혀있는 책꽂이 발견.
그래, 오늘은 앞으로 있을 복학을 대비해 책꽂이 정리나 해야겠다! 라는 생각에 책꽂이 정리 작업을 시작했다.
<뭔가 자주 보던 책들이 많이 보인다?>책꽂이 정리를 시작하고 찬찬히 꽂혀있던 책들을 살펴보는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대 가기 전에 배우던 전공서적과 교육학 서적 이외에도 해괴망측하고 기상천외한 책들이 꽂혀있던 것이다. 이 책꽂이는 유희용 책들의 책꽂이가 아니라, 공부용 책들의 책꽂이였는데도!!!
우선 기본적으로 역사교육이 전공인 만큼, 역사학와 교육학과 관련된 서적들,
전공과 관련된 일반 교양 서적과 연습장들,
휴학하는 동안 다녔던 TOEFL 학원 책들,
지금의 학과로 전과하기 전에 다니던 사회과학 관련 전공서적들,
대학 입학 때 받은 오리엔테이션 책과 수강신청 관련 책자들,
그리고 대학시절 동안 받은 모든 프린트와 내가 작성한 레포트들...
그래 잘 봐줘서 대학시절동안 간 미술관이나 영화제, 그리고 얼마전 갔던 연극 소책자까지는 용납할 수 있다.
근데 어째서!!!
어째서!!!
어머니 몰래 숨겨놨던 동인지 몇 권이라던지[공책들 사이에 교묘히 숨겨져있었다는 게 포인트],
수작업 원고 였「LAST ARC」에 붙이던 식자들,
코믹 판매전 때 사용했던 디스에 붙일 부착물들,
중학교 때부터 써오던 소설 습작 노트들,
언젠가 고등학교 때 코믹에서 많은 그림쟁이 분들의 그림을 모은 스케북 노트,
역시 중학교 때부터 모아온 잡다한 용어 정리집,
NT노벨 이글루에서 했던 이벤트에 당첨되서 받은 클리어 파일,
중학교 때 잠시 모았던「Newtype」포스터들,
역시「Newtype」에서 스트랩 해놓은 기사들[대부분 만화와 라노베 관련, NOCCHI씨가 연재했던「아발론 일기アヴァロン日記」등],
kare님이 그리신 책받침 모음,
얼마전에 구입한 디카의 삼각대,
육군훈련소에서 받은 수양록,
국민학생 때 잠시 모았던 우표들의 도감,
진중권 씨의「미학 오디세이」3권[도대체 1, 2권은 어딜 간거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2집『Under My Skin』을 살 때 준 마우스 패드,
중학교 국사시간에 쓰던 프린트물,
초중고 졸업앨범은 기본이고,
초중고 시절 받은 상장과 성적표[국민학교 1학년 때 받은 성적표도 남아있더라...]
유치원 때 그린 그림과 상장,
그리고 어머니께서 쓰신 나의 육아일기 까지...
도대체 난 군대 가기 전에 어떤 생활을 했던 거지....
가끔 책들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버릴 것과 다시 꽂아놓을 것들을 구별해가면서 정리하고 있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중학교 1학년 때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를 읽고 쓴 감상문 맨 마지막 줄.
보자하니 연오랑은 진실된 사랑을 한 것 같지만, 세오녀는 멍청한 사랑을 한 것 같다.아이고, 어머니.......................
하지만 이건 시작이었으니.....차마 밝히지 못 할 정도의 부끄러운 습작들....
아아....태워버리고 싶다....아 진짜 태워버리고 싶다.....나 중고등학생 때 무슨 생각으로 저걸 썼담...........
아아.....진짜.............으왕로니랻 ㅣ쟈ㅓㅑㅣㅈ더리ㅑㅓㅈ댜렂
그러나....가장 대박은 군대 가기 바로 전 대학교 2학년 때의 프린트물...
아마 그 수업이 자신이 중학교 2학년생이라고 가정하고 한 사람이 교사가 되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실습 위주의 수업이었을 거다.
그때 난 학생 역할이었는데, 교사역을 한 학생이 나눠준 프린터에 이런 문제가 나와있었다.
2. 우리 고장의 유적지를 답사하는데 누구랑 같이 가고 싶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그리고 나의 답,
동네 도둑 고양이. 남자의 고독을 씹는 답사를 할 것이다.......................................................아..................................................................ㅣㄴ아ㅓ리ㅑ더 ㅣㅑㅓ지ㅑㅓ리ㅑㅓㅈ디ㅑ러ㅏ니랴ㅓㅈ디ㅓㅑ맂더ㅑㅣ렂디ㅓ맂더ㅑㅣ렂댜ㅣㄹㅈㄷ나 왜 이래!!!!!!!!!!!!!!!!!!아이고 어머니이이이이!!!!!!!!!!!!!!!!!!!!!!!!!!!!!1나 살려요!!!!!!!!!!!!!!!!!!!!1ㅏㅣ저리ㅑ더지ㅑㅓ맂댜ㅓㅏㅇㄹ나ㅗㄹ뎌ㅏ나 군대 가기 직전이어서 그런거지?!!?!?그래서 제정신 아니었던 거지!?!?!?!아무리 중학교 2학년이라고 그래도 그렇지!?!?!?!?!!?!?그런 중2병스러운 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아니 이건 중2병도 아니야!!!!!!!!!!!!!!!!!!!!!11그냥 유치한거지!!!!!!!!!!!!!!!!!!!!!1아이고 어머니!!!!!!!!!!!!!!!!!!!!!!!ㄴ아러ㅑㅣ더ㅑㅣ저ㅣ랴ㅓㅣㅈ댜ㅓㄹ댜ㅣ저ㅏㄴ어리ㅑ더ㅣㅑ저리ㅑㅓㅈㄷ
그렇게 해서 복학 준비 겸 책꽂이 정리는 부끄럽고 추악한 과거 폭로전이 되버렸다는 오늘 하루의 씁쓸한 이야기....
게다가 더 씁쓸한 건 태터툴즈 블로그의 스팸 트랙백 지우다가 실수로 내 글 29개를 지워버렸다는 거..............
그렇게 오늘은 그냥 씻고 애니 좀 보다가 푹 쉬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민승아였다.[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