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이 포스팅에는「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의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리니름을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지금 즉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고를 무시한 이후에 생기는 모든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습니다.]요즘 안 좋은 습관이 생겼다.
어떤 만화나 소설, 영화이든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라 자처하는 작품, 혹은 일본이 세계의 중심적인 위치라고 선언하는 작품들은 모두 비웃고 경멸하고 찢어버리고 싶다.
물론 작품성은 부차적인 문제로 치고 말이다.
뭐 당연하면 당연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누가 뭐래도 나는 한국인이기에 그런 일본의 피해의식에 대해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하지만 반대로 또 일본의 문화를 이렇게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기도 하다.]
여기저기서「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에 대한 호평과 찬사가 쏟아지길래 대체 어떤 작품인가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특히 '후반부가 매우 씁쓸한 전개'라고 해서 기대를 엄청 하고 있던 건 두 말할 필요도 없다.[쓸데없이 달짝지근한 작품은 취향이 아니라서.]
그러나 프롤로그를 읽고서 본문의 첫 구절을 읽는 순간, 욕지기가 솟아올랐다.
어딜봐도 제정 아마츠카미는 일본을 본따만든 국가임이 분명했던 것이다. 순간 책을 던지고 싶었다. 헛구역질까지는 아니지만 목이 따끔따끔 아파왔다. 백인종들의 신성 레밤 황국에 침략을 받고 인간도 아닌 취급을 받는 일부 지역의 황인종 아마츠카미 국민들. 아 물론, 과거의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정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다. 레밤이 먼저 공격한 건지, 아마츠카미가 먼저 공격한 건지.[아니다? 나오던가? 과거 부분은 대충 읽어서 기억이 미묘하다. 근데 아마 레밤이 먼저 공격했겠지?]
주인공은 무려 백인종과 황인종의 혼혈이지만, 외향은 황인종의 특성을 모조리 물려받았고, 정신적으로도 아마츠카미에 더 가깝다. 후반에 나오는 걸 보면 아마츠카미의 역사[무려 노부나가가 아닌 노부야스가 미츠히데도 아닌 카츠히데의 배신으로 혼노지는 아니고 이름 모를 절에서 살해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부나가가 아닌 노부야스의 신발받이 종자씨께서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일어선다고 한다. 그리고 전혀 다른 현실 이야기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노부나가의 종자 풍신수길이 때문에 1592년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이 일어났다.]에 대해서도 빠삭하다.
아, 정말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솔직히 비공사가 주인공이고, 첫장의 지도에서 두 개국이 대립하고 있길래 당연하게도 시구사와 케이이치時雨沢恵一의「앨리슨アリソン」을 떠올렸다. 앨리슨이 얼마나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며 가슴설레는 모험이야기를 담고 있던가. 그래서 이 작품도「앨리슨」과 맞먹는 재미와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 라는 희망찬 생각까지 가졌다.[혹시 모른다.「앨리슨」에도 일본의 피해의식이 부각되어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대가 고작 몇 페이지만에 산산조각난 것이다.
아니, 꼭 그렇게 작품의 어느 나라가 현실의 어느 나라의 모티브였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힐 필요가 도대체 있었을까? 그냥「앨리슨」처럼 어느 메르헨이야기로 해도 될 것을? 아마 그렇게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울분을 토로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했다면 지금같은 인기는 못 끌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래도 좋은 소설이었다.
마지막의 클라이막스, 샤를르와 파나의 마지막 인사장면, 그리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황금의 비 장면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정말 목이 메어올 정도로 좋았다.
내용은 사실 뻔하다. 그 멋있는 그레고리 펙과 그 아름다운 오드리 햅번[딴 이야기지만 당시의 오드리 햅번은 지금 봐도 정말 예쁘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어이구...차라리 공작새와 참새를 비교하지. 하지만 사실 난「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1968) 시절의 올리비아 핫세가 더 좋다.]이 출현했던「로마의 휴일Roman Holiday」(1953) 과 비슷하다.
캐릭터도 특별할 거 없다. 주인공은 그냥 착하고, 히로인은 도도해보이지만 사실은 한없이 착하고, 라이벌은 쓸데없이 미남자에 주인공한테 지고나니깐 멋있는 척 하고, 나머지 캐릭터는 거의다 악역이랄까 그냥 나쁜 놈.
하지만 그래도 좋은 소설이었다.
그러니깐 더더욱 신기한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드는 점은 거의 없다.
오직 클라이막스 장면. 그 장면만이 이 모든 단점들을 덮어주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열린 결말의 작품들은 모두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았고, 실제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열린 결말 때문에 작가한테 따지고 싶었던 작품이 많았는지!!![예를 들자면 대표적으로 홍정훈의「더 로그」. 하지만 예외가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는 이우혁의「퇴마록」과 카야타 스나코茅田砂胡의「델피니아 전기デルフィニア戦記」, 아키야마 미즈히토秋山瑞人의「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イリヤの空、UFOの夏」.]
그런데 무려 이 작품은 열린 결말인데도 좋았다!!! 세상에!!!!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지적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본문의 맨 마지막 문장과 종장은 아무래도 사족이 아니었을까? 물론 파나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궁금하지만, 서해의 성모라는 위대한 존재가 되버리니 미묘하게 감동이 식는 느낌이다. 이 작품은 역사물이 아니라 로맨스물이기에, 이 둘이 어떻게 됐나가 중요한 거지, 그 캐릭터가 어떤 존재가 되었나는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러한 오버가 캐릭터성을 죽이게 되는 건 아니었는지.
하지만 이 단점은 종장의 마지막 샤를르에 대한 언급 때문에 보완되었다.
두 사람은 그 후 재회할 수 있었을까?- 이누무라 코로쿠犬村小六,「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とある飛空士への追憶」中에서...
글쎄. 어느 쪽이던 이 감동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을 것 같다.